조엘 비키 책 『은혜로 말미암은 준비』3장 분석(2)

조엘 비키 교수(미국 청교도 신학교), <은혜로 말미암은 준비> 저자


필자는 이전의 글에서 조엘 비키 교수가 회심준비론의 성경적 타당성을 전개하면서 회중교회의 아버지들(초기 회중파 청교도의 조상들)이라 불리우는 윌리엄 퍼킨스, 리처드 십스, 존 프레스턴의 주장에 근거하고 있음을 이야기했다. 오늘은 이 세 사람이 회심준비론을 주장하게 만든 매우 비성경적인 그들의 신학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윌리엄 퍼킨스, 리처드 십스, 존 프레스턴의 신학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언약 신학을 비성경적으로 전개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구원 언약의 핵심적 요건으로서 하나님의 은혜와 주권을 철저하게 강조하였다. 그러나 동시에 하나님의 언약 제시에 대한 인간의 동의, 승낙, 의무와 조건 이행을 그 이상으로 강조하였다. 이들은 인간이 언약에 대한 책임과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함으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중보로 이루어진 ‘은혜언약’(the covenant of Grace)으로 들어갈 수 있고, 그 언약의 효력 안에 계속 남을 수 있다는 신학을 전개했다.

이 세 사람의 어떤 말들을 비키 교수가 인용했는지에 대해 자세한 소개를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거의 모든 내용들이 율법이 먼저 선포되어야 죄인이 그리스도에게로 향하게 된다는 회심준비론의 핵심 내용에서 벗어나지 않는 말들이기 때문이다. 비키 교수가 인용한 이 세 사람의 말들을 각각 한 문장씩만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율법이 우리를 겸비하게 함으로서 우리를 준비시킨다. 그 다음 복음이 오고 복음이 믿음을 준비시킨다.” (윌리엄 퍼킨스의 말, 91 페이지)

“그리스도께서는 그 분의 치료 과정에서 먼저 상처를 입히시고, 그런 다음에 낫게 하신다.” (리처드 십스의 말, 94 페이지)

“죄로 인해 상하고 깨어진 심령을 가지지 못한 자는 치료받기 위해 의사에게 가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존 프레스톤의 말, 97 페이지)

모두 인간이 율법의 저주를 먼저 처절하게 경험하지 않으면 결코 그리스도의 구원의 은혜를 갈망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아무 소망이 없는 인간이 율법의 저주와 하나님의 심판으로부터 자신을 건져내는 그리스도의 구원의 은혜를 스스로 갈망해야만 하나님의 구원의 은혜가 임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성령의 회심의 역사가 나타나기 전, 또는 나타나게 만들기 위해 율법을 진하게 설교하는 준비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핵심 주장이다.

준비 과정의 목표는 용서 받지 못한 죄인을 향한 하나님의 저주와 진노를 충분하게 알리는 것이다. 그리고 용서받지 못하고 죽는 죄인이 가야만 하는 지옥의 불가마에 대한 공포스러운 이야기들을 계속 들려주는 것이다. 그러면 어지간한 교인들의 간담이 서늘해지고 쪼그라들어 죄인을 위해 대신 죽은 그리스도의 은혜를 간절하게 소망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당시나 지금이나 회심준비론에 집착하는 목회자들은 이런 준비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 구원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착각에 빠진 사람이라고 여긴다. 지금 한국의 청교도 목회자들도 다른 교회에서 오래 신앙생활을 하다가 이사 오는 신자들의 영적인 상태를 불신자의 상태라고 여기고 처음부터 다시 구원을 점검받으라고 가르친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윌리엄 퍼킨스, 리처드 십스, 존 프레스턴은 무슨 연유로 이런 무시무시한 회심준비론을 고안하였을까? 자신들의 청교도 개혁운동을 영국의 전 국민들에게 파급시키기 위해 1590년대 초부터 시작된 그들의 새로운 전략과 관련되었다. 청교도 운동의 새로운 전략을 성공시키기 위해 그 힘의 근원이 되어야 할 언약신학을 새로이 발전시켰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하고, 알려야 한다. 구원이 하나님의 은혜와 예정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언약 제시에 대해 인간의 동의, 승낙, 의무, 책임 등이 함께 병행되어야 구원이 성립된다는 쌍방적 개념을 가진 언약 신학을 수립하였다. 그 목적은 신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었다.

“정통 종교개혁신학자 츠빙글리와 칼빈이 강조한 하나님의 주권, 은혜, 예정론은 당신들이 게으름과 나태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래서는 되는 일이 없다. 구원에 있어 하나님의 은혜와 선택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당신들의 책임, 동의, 의무도 동일하게 중요하다. 당신들이 구원을 받으려면 당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해야만 한다.”

구원에 대해 하나님의 값없는 은혜, 주권, 예정 때문이라고 가르침과 구원 받을 인간의 동의, 승낙, 의무, 책임이 동시에 함께 강조되는 것은 성경적이지 못하고, 가능하지도 않다. 이 불가능한 작업을 성공시킨 사람들이 바로 회중파 청교도 조상들이었다. 그들이 구원에 관한 하나님와 인간의 언약을 실제로 어떻게 설명했는지 보자.
 


“하나님의 언약은 어떤 조건 하에서 영생을 얻는 것에 관한 인간과의 계약이다. 이 언약은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하나님의 인간을 향한 약속과 인간의 하나님을 향한 약속이다.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하시는 약속은 인간이 어떤 조건을 이행하면 당신은 그의 하나님이 되시겠다고 맹세하시는 것이다. 인간이 하나님에게 하는 약속은 그가 하나님께 충성을 서약하고 그들 사이의 조건을 이행하겠다고 맹세하는 것이다.” (퍼킨스, 원종천, <청교도 언약사상: 개혁운동의 힘>, 47)

“비록 하나님의 은혜가 다 하시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의 승낙을 주어야 한다. 왕과 반항하여 떨어져나간 백성들 사이에 화합이 이루어지자면, 용서와 새로운 순종의 약속이 받아들여져야 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만일 하나님이 우리의 하나님이 되자면, 하나님을 우리의 하나님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은혜가 있어야 하고, 그를 왕으로 모실 수 있는 경외심이 있어야 하고, 그를 우리의 배우자로 맞이할 수 있는 동의가 있어야 한다.” (리처드 십스, 원종천, <청교도 언약사상: 개혁운동의 힘>, 76)

“조건이라는 것은 하나님께서 모든 사람이 당신의 언약에 참여자가 되기를 요구하시는 것이다. 이것은 단지 하나님을 믿는 것이다 ... 하나님께서 그에게 아들을 가질 것이라고 말씀하셨을 때에 아브라함은 하나님을 믿는 것 외에는 한 것이 없다. 하나님께서는 이것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셨는가.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믿기만 한다면, 하나님께서는 이것을 대단하게 여기실 것이요, 당신께서는 우리에게 주신 언약의 모든 약속들을 지키실 것이다.” (존 프레스톤, 원종천, <청교도 언약사상: 개혁운동의 힘>, 90)

조일 비키 교수가 회심준비론의 역사성과 성경적 타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중요하게 소개한 세 사람은 모두 인간의 참여와 결단, 동의, 책임 이행이 구원을 일으킨다고 주장하는 비성경적인 언약신학을 전개했던 초기 회중파 청교도의 유력자들이다. 그들이 이런 사상을 주장했던 이유는 잉글랜드의 전 국민들은 청교도 신앙(율법주의)으로 무장시키기 위함이었다. 1590년대 초부터 잉글랜드의 전 국민이 하나님의 구원을 얻기 위해 각자가 능동적인 자세로 참여하며 헌신하게 만드는 것을 청교도 운동의 새로운 전략으로 삼았으므로 인간의 하나님의 언약 제시에 대해 동의 및 승낙, 그리고 언약에 수반되는 조건을 이행하고, 언약의 일정부분에 대하여 스스로 책임지는 구원론을 전개하였다.

그래서 그들의 구원론은 이쪽에서 보면 칼빈주의 신학이었고, 저쪽에서 보면 그들이 매우 거부하였던 알미니안 신학이었다. 그러나 알미니안주의와 같아지는 것을 조금이라도 용납할 마음이 없었다. 그 점을 해결해 주는 것이 바로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는 회심준비였다. 잉글랜드의 전 국민은 태어날 때 자동적으로 하나님과 아담 사이에 체결된 행위언약에 속하였고, 동시에 영국의 전 국민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 은혜언약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목표하였다.

행위언약 속에 있는 사람들을 저주의 율법으로, 장차 경험하게 될 지옥의 불가마 이야기로 압박하면 두려워서 떨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으로 보았다. 그때 성령이 죄인이 받을 저주를 대신 짊어지시고 십자가에서 피 흘리신 그리스도의 은혜를 간절하게 소원하는 마음을 일으키신다고 주장했다. 그것이 그들의 회심준비론의 핵심이었다. 율법과 성령의 역사로 그리스도를 갈망하는 회심 준비가 되어지는 것은 곧 하나님의 은혜언약에 대한 승낙이며, 그 조건들을 수용하고 책임지겠다는 서약이라고 보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사람이 구원의 길을 선택하여 자신을 구원하는 알미니안 신학의 모양처럼 보이지만, 그 또한 하나님의 은혜로 되어진 일이므로 그 공로는 여전히 하나님께 있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칼빈주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성경과 사도들의 행적 어디에도 전도자들이 율법의 저주와 지옥의 불가마 이야기로 사람들을 미리 더 죽이면 성령께서 그리스도를 갈망하는 마음, 즉 회심 준비를 일으키신다는 가르침이 보이지 않는다. 바울이 그리스, 로마, 터어키 등의 선교지에서 그런 방식의 전도를 한 번도 수행하지 않았다. 바울은 어디서나 언제나 오직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곧 바로 증거하였다. 구약의 율법, 제사, 선지자들의 예언을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연관시키면서 설명하고 강론하였다. 그러면 성령께서 택자의 마음에 믿음고백을 일으키시어 구원을 베푸셨다.

“이방인들이 듣고 기뻐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찬송하며 영생을 주시기로 작정된 자는 다 믿더라.” (행 13:48)

정통 칼빈주의 개혁신학자 서철원 박사도 먼저 율법의 저주를 전하여야 성령의 역사가 일어난다고 가르치지 않고, 그리스도의 구약의 중요한 것들과 결부시켜 설명하는 복음전도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나님이 세상을 사랑하사 아들을 보내셨음을 강조해야 한다. 그리하여 세상이 그 죗값대로 멸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 자기 아들로 세상을 구원하는 구원사역을 이루셨다는 진리를 강조해야 한다. 곧 하나님의 구원계획과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사역을 말해야 한다.

복음을 선포할 때 네 가지를 함께 말해야 한다. 첫째, 하나님의 창조경륜을 말해야 한다. 둘째, 인류의 반역이 죽음과 저주를 가져 왔음을 말해야 한다. 인류의 반역죄는 죽음과 고통과 질병과 해악 등을 가져왔음을 말해야 한다. 셋째로는 하나님의 구원작정과 사역을 말해야 하다 ... (중략) 넷째로 하나님의 아들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야 죄를 용서받고 영생에 이른다고 전파해야 한다. 이 복음 선포를 받아들여 믿으면 죄용서와 영생을 얻는다고 말해야 한다. 그러나 믿지 않으면 영원한 멸망뿐임을 강조해야 한다.” (서철원,『교의신학전집 5: 구원론』, 52-53)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바른믿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이철 목사는 2004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미시간 주 ‘앤아버 반석장로교회’의 담임목사이고 거짓 신학의 ‘견고한 진’(고후10:4)을 무너뜨리기 위해 시작된 신학신문 <바른믿음>의 대표이다.
총신대학(B.A 졸업), 총신대학 신학대학원(M.Div Eqiuv.졸업), 아세아연합신학대학 대학원(Th.M 졸업), Liberty Theological Seminary(S.T.M 졸업), Fuller Theological Seminary(Th.M 수학), Puritan Reformed Theological Seminary(Th.M 수학), Liberty Theological Seminary(D.Min 수학), 남아공신학대학원(South African Theological Seminary, Ph.D)에서 연구하였고, 현재 University of Pretoria(Ph.D)에서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사도 운동에 빠진 교회」, 「제3의 물결에 빠진 교회」, 「가짜 성령세례에 빠진 교회」, 「피터 와그너의 신사도운동 Story」, 「한 눈에 들어오는 청교도 개혁운동」, 「능동적 순종에 빠진 교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