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시의 필요성

우리는 사물을 우리의 지성으로 직접 탐구할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은 무한한 영이시고 절대적인 인격이시므로 하나님이 자기의 뜻, 경륜과 작정을 알리셔야 하나님을 알 수 있다. 하나님과 그의 뜻을 알 수 있는 길은 그가 자신을 알리시는 길밖에 없다. 그러므로 계시는 인간이 직접 알 수 없는 감추어진 하나님의 뜻과 경륜을 알리심이어서 자기 현시로 표현된다. 따라서 하나님을 아는 일에 있어서 계시는 필수적이다. 우리가 지성으로 하나님을 직접 접근하여 알 수 없으므로 하나님을 알 수 있는 길은 하나님이 자신을 알리시는 계시에 의존하는 길밖에 없다.

비필연적 계시

하나님은 초월적 세계에 계시지만 인격적 존재이시므로 하나님의 존재는 계시를 동반한다. 하나님은 인격적 존재이시기 때문에 계시의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자신을 계시하셨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자기를 나타내시기를 기뻐하시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그의 뜻과 사역뿐만 아니라 그의 영광을 나타내시시를 기뻐하신다.

하나님의 존재가 계시를 동반하지만 그것은 하나님의 자기 계시를 필연적으로 내놓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하나님의 존재에서 계시가 필연적으로 나오면 계시는 하나님의 의지의 일이 아니고 본성의 일이다. 그 경우 계시는 하나님의 존재와 일치한다. 그리하여 계시는 언제든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계시는 하나님과 완전 일치하므로 세계가 하나님과 일치한다. 이것은 바로 범신론이다.

계시가 하나님의 존재에 필연적이면 하나님은 계시에서 자기 모든 삶을 사시는 것이 된다. 이 필연적 계시는 신 존재의 통보를 필연적이게 하여 세계가 다 신의 본성에서 흘러나오는 유출이 된다. 이것은 플로티노스(Plotinos, 205-270)가 체계화한 신플라톤주의 곧 신 존재의 유출론이다. 창조가 하나님의 의지에 의한 문에서의 창조가 아니라 하나님 존재의 유출이 된다. 유출은 하나님의 창조를 부인하는 모든 이교들의 근본사상이다.

계시는 하나님의 본성의 일이 아니고 의지의 일이다. 하나님이 자기를 나타내시기를 기뻐하셨다. 하나님이 창조를 이루시기를 기뻐하셨고, 그로 인하여 자기의 영광을 나타내시기를 기뻐하셨다. 창조는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는 방편이다. 하나님이 창조를 이루심은 자기 영화를 목표하셨기 때문이다.

계시는 비필연적이다. 계시는 하나님의 의지의 작정이므로 본성에서 자동적이고 필연적으로 유출되는 것이 아니다. 필연적인 계시는 필연적 창조를 이루게 하여 하나님을 창조와 일치시키고 창조 안으로 함몰시킨다.

발트와 라아너의 주장은 하나님이 자기를 내어 주는 사랑에서 창조를 이루시고, 자기가 사랑이심을 피조물에게 증명하기 위하여 자기의 존재를 피조물과 나누어 가진다고 한다. 라아너는 하나님의 사랑을 이렇게 전개한다. 하나님은 창조 후에 피조물에게 자기의 존재를 나누어주기 위해 계시하시고 성육신하신다. 하나님의 존재의 통보가 사랑이다. 자기 존재의 통보가 밖으로 나타난 것이 창조이다. 하나님이 허공에다가 말하므로 생겨난 것이 사람이 자기와 같은 존재가 되게하는 것을 뜻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라아너에게 있어서 자기 존재를 통보하는 신은 자존하시는 창조주 하나님이 아니고 존재 자체를 말한다. 라아너의 사변은 완전한 그리스도교의 변조이다.

전통적인 신학에 의하면 하나님은 자기 영화를 위해 창조하시고 계시하신다. 하나님은 지혜와 권능을 나타내시어 창조를 이루심으로 자기의 영광이 되게 하셨다. 창조에는 하나님의 지혜와 권능과 신성이 나타나 있다(롬 1:20; 시 19:1). 따라서 창조가 하나님의 계시의 길이다.

구원계시도 동일하다. 하나님은 타락한 인류를 구원하시기를 기뻐하셨다. 인류가 반역하여 백성 되기를 거부하였으므로 하나님은 인류를 구원하실 의무가 없다. 그러나 인류를 불쌍히 여기사 구원하시어 자기 백성으로 삼기를 기뻐하셨다. 구원계시도 하나님의 기뻐하신 뜻이다.

하나님의 본성에서 필연적으로 유출된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의지의 일이므로 비필연적이다.(서철원 박사, 신학서론, 156-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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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철원 박사는 서울대학, 총신대 신학대학원(M.Div), 미국의 웨스트민스터 신학원(Th.M), 화란의 자유대학교(Ph.D)에서 연구하였다. 화란의 자유대학에서 칼 발트의 신학을 지지하는 지도교수 베인호프와 다른 발트의 제자 신학자들과의 토론에서 칼 발트의 신학의 부당성을 증명하였다. 발트의 사상을 반박하는 내용을 담은 논문 '그리스도 창조-중보자직'을 관철하여 박사학위를 얻었고, 이 논문이 독일 튀빙겐대학이 선정한 20세기의 대표적인 신학 논문 100편에 수록되어 한국 교회의 위상을 드높였다. 총신대 신대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수 십년 동안 목회자들을 길러내는 교수사역에 헌신하다 영예롭게 은퇴한 후에도 여전히 쉬지 않고 연구하시며 <바른믿음>의 신학자문 역을 맡아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