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투스 출판사 대표 정성우 목사
마르투스 출판사 대표 정성우 목사

서두를 읽어보니 칼빈의 <기독교강요> 속에 회중파 청교도의 회심준비론을 지지하는 내용이 많다는 내용이었다. 서두에서 정성우 목사 측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두 번째 변증으로서 그(칼빈)의 설교 및 주석에, 특별히 그의 대표작인 『기독교강요』에 나타난 청교도 준비교리를 살펴보고자 한다.”

칼빈의 <기독교강요> 속에 회중파 청교도 회심준비론을 지지하는 내용이 많다는 정성우 목사의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 결코 사실이 아니다. 만일 그렇다면 우리에게 알려진 칼빈과 <기독교강요>의 저자 칼빈은 동일 인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런 혼란은 일어날 수가 없다. 칼빈의 종교개혁 신학 속에는 후에 영국에서 일어난 회중파 청교도의 회심준비론 사상이 없었다. 칼빈에게서 훗날 영국에서 일어난 회중파 청교도의 회심준비론 사상이 나타날 수 없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칼빈과 행위언약-은혜언약

대부분의 사람들은 회중파 청교도의 회심준비론이 행위언약-은혜언약 사상과 연관되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회중파 청교도는 그리스도가 아담이 지키지 못한 율법을 대신 준수하여 하나님의 의(영생의 자격과 권리)를 얻으셨다는 구원론을 주장한다. 이것이 그리스도의 능동순종의 의이다.

그리스도의 능동순종 사상은 행위언약의 부산물이다. 아담이 영생을 위해 하나님이 부여한 율법준수에 실패하였으므로 하나님의 저주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 은혜언약을 주셨다. 율법을 지킬 능력이 없는 인간에게 율법준수를 요구하지 않고 다만 그리스도를 믿을 것만 요구하신다는 것이 은혜언약이다.

왜 은혜언약은 인간에게 행위(율법준수)를 요구하지 않고 예수 믿는 것만 요구할까? 그리스도가 아담과 인간을 대신하여 율법을 준수하셨기 때문이다. 아담이 지키지 못한 율법(행위)을 그리스도가 대신 지켰으므로 그리스도를 믿으면 구원을 주신다는 것이 은혜언약이다.

그런데 회중파 청교도의 행위언약-은혜언약 사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왜냐하면 사람이 그냥 예수 믿음으로 행위언약에서 저절로 은혜언약으로 이동되어 구원을 얻는다고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회중파 청교는 행위언약에서 은혜언약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인간의 노력과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구원을 주시는 분은 하나님이시지만, 하나님이 주시는 구원을 얻기 위해 인간이 해야 일들이 있다고 한다.

회중파 청교도는 그것을 행위언약에서 은혜언약으로 넘어가기 위해 필요한 인간의 노력, 조건, 역할들이라고 결코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는다. 회중파 청교도는 그것을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은 회심준비’라고 말한다. 간단히 말하면 회심준비론인데, 사실은 행위언약의 저주 아래에서 태어난 인간이 스스로의 노력과 조건 수행을 통해 은혜언약으로 넘어가는 것을 가르치는 내용들이다. 그것을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하나님의 진노와 율법선포하여 사람을 겸비하게 만들고 자기의 죄를 알게 만들어 준다.

2)율법선포로 죄를 알게 된 사람에게 하나님께서 영적각성을 일으키신다. 그때부터 사람은 자기의 영혼을 위해 본격적으로 염려하고 근심하기 시작한다.

3)영적으로 각성된 사람은 하나님이 허락하신 구원의 수단, 즉 예배, 기도, 회개, 율법준수, 상담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하나님께 자신에게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적용하여 구원해 달라고 요충하면서 회심되기를 간절히 사모하고 기다린다. 행위언약 하에서 태어난 자신을 은혜언약 속으로 이동시켜 달라고 하나님께 간절히 요청하는 것이다.

4)하나님께 간절하게 구원시켜 달라고 간절하게 요청하고 간구하면 대게 몇 주, 몇 개월, 몇 년, 몇 십 년 이내에 성령의 역사로 자신이 회심되는(구원되는) 체험이 나타난다. 회중파 청교도들은 이것을 성령의 회심역사이라고 한다. 마음과 몸으로 느껴지는 구원을 받는 체험이 나타난다는 것인데, 그것은 그 체험을 하는 사람이 행위언약에서 은혜언약으로 이동되었음을 뜻하는 것이다.

회중파 청교도는 처음부터 끝까지 구원을 주시는 분은 오직 하나님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들의 신학이 칼빈주의이고 개혁신학이고 장로교 사상이라고 오해를 받았다. 그러나 하나님이 은혜로 주시는 구원이 자신에게 다가오도록 인간이 최대한 노력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한다. 영혼을 살리는 성령의 중생사역이 있기 전에 사람이 먼저 죄를 깨달아야 하고, 자기 영혼의 비참한 상태와 운명을 걱정해야 하고, 구원의 수단이라고 하는 것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하나님이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자신을 구원하여 주시도록 간구하고 소망하며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이것이 회중파 청교도들의 회심준비론이다. 이것은 그냥 이론이 아니고 회중파 청교도 신학의 핵심이다. 실제로 지금 청교도 사상에 매료된 한국의 일부 목회자들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구원의 확신을 가지게 된 사람들의 구원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 사람들은 자신이 구원받았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고 한다. 다른 교회에서 전입하는 신자들의 구원을 부정하며 회중파 청교도의 회심준비론을 따라 다시 구원의 길을 다시 시작하라고 가르친다.

칼빈이 이런 사상을 가진 종교개혁자였었는가? 구원을 주시는 분은 하나님이시지만, 하나님이 구원을 주시도록 사람이 모든 조건을 구비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칼빈의 가르침이었는가? 칼빈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기가 막히는 거짓임을 금방 알아차릴 것이다.

회중파 청교도의 회심준비론을 지지하는 내용이 칼빈의 <기독교강요>에 나타난다는 정성우 목사 측의 주장은 참으로 황당하고 어이없는 억지이다. 칼빈이 알미니안 신학자였다면 <기독교강요>에서 청교도 회심준비론을 지지하는 내용이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칼빈은 진정한 칼빈주의자였다. 칼빈은 하나님이 택하신 자에게 예수 믿도록 베푸시는 불가항력적인 은혜로 말미암아 영원한 구원에 이르게 됨을 가르친 최고의 종교개혁자였다. 구원에 관한 칼빈의 신학과 사상은 다음과 같은 말로 설명된다.

‘이신칭의’, ‘법정적 칭의’

칼빈의 <기독교강요> 속에 회중파 청교도의 회심준비론을 지지하는 내용이 많다는 정성우 목사 측의 억지 주장들에 대해 더 읽어보기 싫어 멈추었다. 다시 말하지만, 칼빈은 진정한 칼빈주의자였으므로 그의 <기독교강요> 속에 정상우 목사 측이 좋아하는 다음과 같은 내용은 나타날 수가 없다.

1)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그리스도의 복음보다 율법과 하나님의 진노를 먼저 전해야 하고

2)구원받기 전에 사람의 영혼이 깨어나서(영적각성) 자기의 영혼의 운명을 슬퍼하고 근심하며

3)중생하지 못한 사람이 구원의 수단이라고 하는 것들(예배, 기도, 회개, 율법준수 등)을 붙들고서 실천하면서 하나님께 자신을 구원해 달라고 요청하고

4)간절한 자세로 자신의 구원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하나님의 때에 구원이 임하는 순간의 체험을 경험하게 된다

칼빈의 <기독교강요> 속에 이런 내용을 주장하거나 지지하는 내용은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칼빈은 진정한 칼빈주의자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칼빈의 <기독교강요> 속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타나야 한다. 왜냐하면 칼빈은 가장 순수한 칼빈주의자이기 때문이다. 

1)사람이 죄를 알고 하나님 앞에서 겸비해 지는 유일한 길은 그리스도의 복음을 듣는 것과 성령의 은혜이다.

2)성령의 중생사역이 있기 전에 사람이 스스로 자기의 영혼의 운명을 염려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3)성령이 중생을 일으키기 전에 예배드리고, 기도하고, 회개하면서 하나님께 구원을 요청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4)사람이 자신의 구원을 준비하면서 하나님께 요청하고 간구하면 어느 순간에 성령의 회심시키는 역사가 마음과 심지어 몸으로도 체험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마음 먹고 <기독교강요>를 읽어보기 바란다. 과연 칼빈이 그리스도의 은혜의 복음보다 먼저 율법과 하나님의 저주와 진노를 전하여 사람을 낙심시키고 영적으로 거반 더 죽여 놓아야 그리스도의 복음이 들어간다고 가르치는 청교도 회심준비론 사상을 피력하는지 확인해 보기 바란다.

필자가 이전에 <기독교강요>를 읽다가 회중파 청교도 회심준비론과 관련된 내용 몇 구절을  기록해 놓았는데, 참고하기를 바란다.

"그리스도께서 육신으로 나타나시기 전에 유대인들은 율법의 보호와 지도를 받아 그리스도에게 인도되었다고 사도가 말한 뜻이 분명하다(갈 3:24. 참조, 4:1-2)."(기독교강요, 2.11.5)

칼빈은 구약시대부터 하나님을 섬긴 유대인들이 그리스도에게로 인도되기 전에 율법의 보호와 지도를 받았다고 했다. 우리와 같은 이방인들이 그리스도를 믿기 전에 율법을 배우고 지켜야 한다는 회심준비론을 가르치지 않았다.

"바울은 그리스도 이외에는 아무것도 알 만한 가치가 없다고 단언한다(고전 2:2). 사도행전 20장에서 '바울은 …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을(21절) 증거했노라고 말하였다. 또 다른 구절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그리스도께서 하신 말씀을 전했다. '이방인들에게서 내가 너를 구원하여 저희에게 보내어 … 죄 사함과 나를 믿어 거룩케 된 무리 가운데서 기업을 얻게 하리라'(행 26:17-18)."(기독교강요, 3.2.1)

칼빈은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전하는 것을 강조했지 청교도 회심준비론처럼 율법이나 하나님의 진노를 전하는 것을 중시한 적이 없었다. 

"성령의 은총을 받기 전에 어떤 의지의 작용이 있었다면, '너희 안에서 행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빌 2:13)라는 바울의 말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많은 사람들이 소위 '준비'라고 말하는 생각을 일체 버리도록 하라."(기독교강요, 2.3.27) 

이와 같이 칼빈은 사람이 하나님의 은혜를 따라 중생하기 전에 먼저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으로 구원을 준비한다는 주장을 전적으로 거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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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철 목사는 2004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미시간 주 ‘앤아버 반석장로교회’의 담임목사이고 거짓 신학의 ‘견고한 진’(고후10:4)을 무너뜨리기 위해 시작된 신학신문 <바른믿음>의 대표이다.
총신대학(B.A 졸업), 총신대학 신학대학원(M.Div Eqiuv.졸업), 아세아연합신학대학 대학원(Th.M 졸업), Liberty Theological Seminary(S.T.M 졸업), Fuller Theological Seminary(Th.M 수학), Puritan Reformed Theological Seminary(Th.M 수학), Liberty Theological Seminary(D.Min 수학), 남아공신학대학원(South African Theological Seminary, Ph.D)에서 연구하였고, 현재 University of Pretoria(Ph.D)에서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사도 운동에 빠진 교회」, 「제3의 물결에 빠진 교회」, 「가짜 성령세례에 빠진 교회」, 「피터 와그너의 신사도운동 Story」, 「한 눈에 들어오는 청교도 개혁운동」, 「능동적 순종에 빠진 교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