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의 무류성은 교황이 하는 모든 일에도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가령 성인 (聖人) 책봉과 비계시적인 진리와 철학적 진리들의 선포에도 무류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황의 무류한 설명으로 계시가 확정되고 오류에 대항하여 교회가 보호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교황의 무류한 교리 결정들은 취소불가하다는 것이다. 주교들이나 공회의의 확증도 불필요하고 증명도 불필요하다. 교황의 무류한 결정은 증명 획득으로 승인을 받는 것이 아니다. 무류한 교리 결정의 검증은 계시에 들어 있음을 밝히는 것뿐이라는 것이다. 무류한 신앙선포는 신앙법칙 성격이어서 순종의 의무만 있다는 것이다. 순종을 거부하면 교회에서 분리된다. 왜냐하면 교황은 그리스도의 대리자로서 말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Schmaus, KD, III/1, 809-812).

교황의 무류성에 교회의 무류성도 정초되면, 성경의 무류도 교황의 결정으로 이루어지는 셈이다. 교회의 무류성은 계시에 근거한다고 하였기 때문이다 (Schmaus, KD, III/1, 798). 또 교회의 무류성 없이 하나님의 말씀의 바른 이해의 보증도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Schmaus, KD, III/1, 802).

위와 같은 바티칸 공회의 (concilium Vaticanum, 1870)의 결정대로라면 계시와 성경의 무류성이 교황의 결정에 의존하게 된다. 로마교회는 성경의 무류성은 결정하지 않으면서 교회와 교황의 무류성을 교리화 하였다.

교황이 주교들의 도움을 받아 교리와 윤리에 대하여 결정한 것은 실은 하나님의 말씀에 의한 무류한 결정이 아니라 전문가들의 견해일 뿐이다. 믿어야 될 것과 믿지 않아야 할 것이 성경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교황의 결정에서 나오게 된다. 이것은 사람들의 생각을 절대화한 것이므로 성경계시의 해석과 설명이기보다는 전문가들의 결정일 뿐이다. 그것은 시대상황에서 그때의 지식으로 결정한 것이므로 무류하다고 할 수 없다.

로마교회의 기본공식은 믿음과 선행으로 구원에 이르는 것이라고 확정하였다. 그러나 1999년에 로마교회는 종교개혁이 주창한 믿음으로 구원에 이른다는 교리를 수납하였으니 교황의 교리 결정과 해석이 무류할 수 없다는 단적인 증거이다.

이것은 교황의 무류성 주장이 성경계시에 근거하지 않았고 계시에서 유래하지 않았음을 잘 보여준다. 신앙의 규칙들을 결정했을 때 그 당시에는 타당하게 여겨졌더라도 성경계시에 전적으로 의존해서 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교황과 주교들의 해석에 의해서 이루어졌으므로 무류한 신앙 결정일 수 없다.

심지어 교황이 철학적 진리들도 무류하다고 결정하면 참이 된다고 하는 주장은 불가하다. 왜냐하면 철학자들의 진리주장은 그들이 이성으로 생각해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황이 무류하다고 선언하는 것은 그것들이 옳다고 승인하는 것이다. 수없이 교체되고 새롭게 생산된 철학적 체계와 진리들이 교황의 승인을 받으면 무류한 진리가 될 수 있는가? 결코 그럴 수 없다.

신앙 교리는 성경에서만 와야 한다. 그런데 전문가들의 해석에 의한 결정은 성경진리를 변조하는 일이 되므로 결코 무류할 수가 없다.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고 순종하는 데서만 무류한 진리가 나온다. 교황의 무류성 교리는 많은 반대를 받아 왔고 20세기 후반 로마교회 내에서도 반박을 받았다. 성경의 무류성을 교황의 무류성에 근거시키는 것은 성립할 수 없다. 교황의 성경 해석은 사람의 해석이므로 바른 해석이라 할 수 없다. 무류성은 성경에만 귀속하고 성경의 진술을 받는 것만이 무류한 신앙 교리가 된다.

종교개혁의 원리들에 의해 성경과 교회의 관계를 보면 교회는 성경에 종속해야 한다. 교회는 말씀에 의해 발생하였고 창조되었으므로 구원진리에 대한 모든 권위는 성경에 있고 성경에서만 유래한다. 교회가 권위를 갖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대로 전파하고 성경대로 가르칠 때이다.

따라서 교회의 권위는 성경에서 나온 이차적 권위이다. 교회가 성경의 권위를 넘어갈 수 없고 언제나 말씀에 종속해야한다. 그때에만 교회는 권위를 갖는다. 또 진리를 가르쳐 사람들을 구원에 이르게 할 수 있다. 교회가 하나님 말씀대로 선포할 때 교회는 말씀 선포자로서 권위와 권세를 갖는다. 성경은 하나님이 저자이시므로 신적 권위를 갖는다. 교회는 이 신적 권위에서 도출된 부차적인 권위를 갖는다. 그 부차적 권위도 성경에 매일 때만 허락되고 정당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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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철원 박사는 서울대학, 총신대 신학대학원(M.Div), 미국의 웨스트민스터 신학원(Th.M), 화란의 자유대학교(Ph.D)에서 연구하였다. 화란의 자유대학에서 칼 발트의 신학을 지지하는 지도교수 베인호프와 다른 발트의 제자 신학자들과의 토론에서 칼 발트의 신학의 부당성을 증명하였다. 발트의 사상을 반박하는 내용을 담은 논문 '그리스도 창조-중보자직'을 관철하여 박사학위를 얻었고, 이 논문이 독일 튀빙겐대학이 선정한 20세기의 대표적인 신학 논문 100편에 수록되어 한국 교회의 위상을 드높였다. 총신대 신대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수 십년 동안 목회자들을 길러내는 교수사역에 헌신하다 영예롭게 은퇴한 후에도 여전히 쉬지 않고 연구하시며 <바른믿음>의 신학자문 역을 맡아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