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포털(정윤석 편집인)이 필자에 대해 매우 자극적이고 본질을 오도하는 글을 게시했다는 것을 오늘 알았다. 그것은 단지 필자 한 사람에 대한 공격이 아니므로 이 글을 써서 여러 사람들에게 진리를 변증하고자 한다.

정윤석 기자는 지난 기진협의 청교도 회심준비론에 대한 반박 세미나에서 필자가 했던 발언의 일부를 크게 확대하여 기사를 작성했다. 기사의 제목은 “정이철 목사 웨민 부정하는 것 다 녹회됐다”이다.

기사의 제목만 보면 마치 정이철 목사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이후 ‘웨신’) 전체를 부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일부러 그런 분위기를 조장하는 것이다. 신학으로 되지 않으니, 이제 '웨신 프레임'으로 전세를 역전시켜 보려는 작전이 동원되는 것 같다. 그러나 그렇게 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청교도주의자들이 목숨처럼 붙드는 그리스도의 능동순종 교리는 웨신의 분명한 지지를 받지 못한다. 회심준비론도 웨신의 분명한 지지를 받지 못한다. 능동순종과 회심준비론를 지지하는 내용은 웨신에서 찾을 수가 없다. 그런데 능동순종과 회심준비론이 웨신과 전적으로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웨신서 7, 19장이 영생의 조건을 말하는 아담과 하나님의 행위언약을 가르치기 때문이다. 웨신 7, 19장이 가르치는 행위언약 개념이 어떤 내용인지 직접 확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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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행위 언약: 사람과 맺으신 첫 언약은 행위 언약이었는데, 거기에서 완전한 개인적 순종을 조건으로 아담과 그 안에서 그의 후손들에게 생명이 약속되었다." (웨신서 7:2)

"1. 아담에게 주신 법: 하나님께서는 아담에게 행위 언약으로서 한 법을 주셔서 그것에 의해 그와 그의 모든 후손들을 인격적인, 완전한, 정확한, 그리고 영속적인 순종의 의무 아래 두셨고; 그것의 실행에 근거한 생명을 약속하셨으며, 그것의 위반에 근거하여 죽음을 경고하셨고; 그것을 지킬 힘과 재능을 그에게 부여하셨다.

2. 도덕법(Moral Law): 이 법은 그의 타락 후에도 계속 의(義)의 완전한 규칙이었고; 시내산에서 하나님에 의해 십계명에 그렇게 선언되었으며 두 돌판들에 기록되었는데; 처음 네 계명들은 하나님께 대한 우리의 의무를, 그리고 그 나머지 여섯은 사람에 대한 우리의 의무를, 담고 있다." (웨신서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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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신의 위 내용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기독교 신앙 내부의 왜곡과 모순이 발행한다.

1) 창조 당시 아담은 영생도 없었고 하나님 백성도 아니었다.

2) 성경의 가르침대로 죄가 먼저 발생하고 난 후 죄를 규정하는 율법이 추후에 온 것이 아니고, 처음부터 율법이 아직 죄를 짓지도 않은 아담과 함께 존재했다. 

3) 율법은 사람에게 구원을 주는 능력이 없다는 성경의 가르침은 사실이 아니고, 율법은 사람에게 구원을 주는 능력을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다.

4) 아담이 영생을 얻기 위해 지켰어야 할 율법은 곧 십계명이었다.
 

웨신은 청교도들이 국교회를 상대로 싸워 승리한 잉글랜드 내전이 진행되는 동안 작성되었다 (1647년 완성). 잉글랜드 장로파 청교도들의 수가 거의 대부분이었고, 12명의 잉글랜드 독립파(회중파) 청교도 총대들, 그리고 8명의 스코틀랜드 장로교회 총대들이 모여 작성했다. 그러므로 웨신은 청교도 신앙고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그것은 이미 2021년 합동 총회가 성경적 근거가 없다고 판정하고 경계하기로 한 청교도들의 '그리스도의 능동순종 교리'와 앞으로 합동 이대위가 다루게 될 청교도들의 '회심준비론' 사상이 모두 웨신이 가르치는 비성경적인 행위언약의 부산물이거나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스도가 율법준수로 영생의 자격, 즉 하나님 앞에서 의인이 되어 살 수 있는 생존권을 의미하는 '의'를 얻었다는 그리스도의 능동순종 교리는 행위언약의 필연적 부산물이다. 영생이 없었던 태초의 아담이 율법을 지켜 영생을 얻었어야 했다는 것을 행위언약이 가르치기 때문이다. 제2 아담으로 오신 그리스도가 아담 자리에서 율법을 완전하게 지켜 영생의 자격, 의를 얻는 것이 구원의 길이라는 그릇된 도식이 행위언약과 함께 강요되었다.

그리스도를 행위언약 완성자로 각색하다보니 더 심각한 일이 벌어졌다. 성경의 핵심인 그리스도의 피 묻은 십자가를 둘 자리가 없어지고 말았다. 그래서 그리스도가 십자가로 지옥에서 우리를 구하였고, 율법준수로 우리를 천국으로 인도했다는 기형적인 청교도들의 구원론이 나온 것이다. 심지어 합신의 김병훈, 이승구 교수는 그리스도 자신도 율법을 지켜 영생의 자격을 얻었다고도 한다. 청교도주의와는 우리가 결코 함께 갈 수 없다는 것은 지나친 말이 아니다
 

정윤석 기자가 이단전문가로서 신천지에 대해 인터뷰하는 모습
정윤석 기자가 이단전문가로서 신천지에 대해 인터뷰하는 모습

 

이것이 그리스도의 능동순종이라는 구원론의 심각한 이단성이다. 이와 같은 구원론 이단사상이 어디로부터 유래했는지 그 동안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웨신의 행위언약이다. 첫 아담이 율법준수에 실패하여 죽으니 둘째 아담 그리스도가 율법준수로 영생을 얻어야 한다는 청교도들의 그릇된 신학이 지금 종교개혁 교회들을 뱀처럼 감싸고 있다. 이 뱀을 걷어 내는 것이 우리가 이루어야 할 또 하나의 종교개혁이다. 2021년 합동 총회가 그리스도의 능동순종 교리를 성경적이지 못한 것으로 판정하고 거부한 것은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이다.

합동 이대위가 앞으로 다루게 될 청교도들의 회심준비론도 웨신의 행위언약 사상과 연관되어 있다. 아담이 율법과 함께 창조되어 율법을 통해 구원을 얻었어야 했다는 행위언약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청교도주의자들은 가르친다. 그래서 지금도 사람이 구원을 얻으려면 아담에게 율법이 부과되었던 것처럼 스스로 율법을 지켜 의로운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자세와 함께 신앙 생활이 시작되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사람은 율법을 지킬 수 없는 존재이므로 아담처럼 절망하게 되는 것은 정해진 이치이다. 그러면 어떻게 구원을 얻어야 할까? 율법 앞에서 좌절하고 절망에 빠진 우리 사람은 완전한 율법준수를 대신하여 주신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이신칭의될 수 있다고 가르치는 것이 바로 청교도들의 회심준비론이다. 그리스도를 알기 전에 율법을 먼저 알고 경험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신약의 사도들은 언제나, 어디서나 사람을 구원하기 위해 그리스도의 은혜의 복음을 전했다. 사도들이 가는 곳마다 그리스도의 은혜의 복음이 전파되었다. 그 어디에서도 구약의 율법 조항들이 전파되지 않았다. 복음으로 구원된 사람들에게 구약의 율법 조항들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교육되었다. 복음을 알기 위해 먼저 율법 조항들을 경험해야 한다는 청교도들의 회심준비론은 심각한 이단사상이다.

그 동안 회심준비론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바로 웨신의 행위언약이다. 사람이 그리스도를 바르게 믿기 위해서는 율법준수에 실패한 행위언약의 주인공 아담처럼 먼저 율법 조항들을 배우고 익히고 실천하려고 노력하다가 절망해야만 그리스도가 바르게 믿어진다는 것이 회심준비론이다.

예상대로 2021년 합동 총회가 회심준비론(마르투스 이동훈, 정성우 목사)에 대해 '이단성있음' 또는 '교류금지'를 결정하면, 회심준비론의 근본 원인인 웨신의 행위언약 사상을 손보아야 할 이유가 더 분명해 질 것이다.

웨신의 행위언약처럼 기독교 신앙을 뿌리부터 흔드는 것이 없다. 그래서 이러한 내용이 웨신에 들어갈 때부터 올바른 신앙의 사람들의 우려와 반발이 격렬했다. 웨민총회에 참석했던 많은 올바른 총대들은 행위언약을 수용하는 것은 종교개혁자 칼빈의 신학으로부터 급진적인 이탈이고 율법을 하나님의 은혜보다 앞세우는 심각한 과오라고 반발하였다 (Letham 2001, 229).

이후 웨신의 행위언약에 대한 신학적 시비는 계속 이어졌다. 웨신의 신학과 칼빈의 종교개혁 신학의 불일치 문제의 핵심은 언제나 웨신의 행위언약 개념이었다. 서구에서는 R. T Kandall (1979; 서요한 2016, 100), Charles Bell (1986; 서요한 2016, 100), 그리고 J. B Torrance (1984; 서요한 2016, 100) 등이 웨신의 신학과 칼빈의 신학이 동일하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국내에서는 고신의 황대우 교수가 행위언약 사상은 칼빈의 신학에서 발견되지 않는 개념이라고 설명했고, 고신의 이상규 교수도 “칼빈과 칼빈주의자”라는 글을 통해 칼빈의 신학과 웨신-청교도들의 신학의 불일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논쟁이라고 설명하였다.

서철원 박사는 좀 더 적극적으로 웨신의 신학이 칼빈의 신학에서 많이 벗어나 있고, 특히 행위언약 개념을 우리가 성경적 신앙을 수호하기 위해 반드시 물리쳐야 할 것이라고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우리는 기필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등이 가르치는 행위언약 사상과 율법준수로 구원 얻는다는 주장을 물리쳐야 하고 신약의 가르침 대로 예수 그리스도의 대신 속죄를 믿음으로 구원 얻는다는 진리에 굳게 서야 한다. 율법준수를 주장하는 자들은 자기들을 그리스도의 구원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서철원, 2021).

우리는 칼빈주의자로서 개혁신학을 하는 사람들이다. 과연 칼빈에게 행위언약이라는 명칭이 없었을지라도 그 사상이 있었는지 정직하게 연구해야 한다. 칼빈에게 행위언약 사상은 전혀 없었다. 다음의 칼빈의 말들을 보기 바란다.
 

 

“아담에게서 영생의 은사를 빼앗고 주지 않으셨을 때에 주께서는 '그가 그 손을 들어 생명나무 실과도 따먹고 영생할까 하노라'고 하셨다(창 3:22). 이것은 무슨 뜻인가? 아담이 잃어버린 불멸성을 그 과실이 회복할 수 있었을까? 결코 그런 것이 아니다.” (기독교강요, 4.14.12)

“그러므로 아담이 어떤 방법으로 하나님의 진노를 유발하여 벌을 받았는가 하는 것을 생각하기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참으로 교만이 모든 악의 처음이었다는 어거스틴의 단정은 옳다. 사람이 자기의 처지에 만족하고 바른 한계를 넘으려고 하지 않았더라면, 태초의 상태에 머무를 수 있었을 것이다.” (존 칼빈, 기독교강요, 2.1.4)

“그러나 그 후로 야심과 교만이 배은망덕과 함께 생겨났으니, 아담은 받은 것 이상을 원함으로써 하나님께서 아낌없이 주신 그 위대하고 풍성한 은혜를 파렴치하게 경멸했기 때문이다. 흙의 아들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고도 또한 하나님과 동등하게 되지 않는 것을 사소한 일로 보았으니 이 얼마나 해괴하고 흉악한 태도였는가!” (기독교강요, 2.1.4)

“그러나 인간은 하나님의 은총을 풍성하게 받았을 때에 그 은혜를 감사하지 못했으며, 받은 축복을 인정하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지도 않았다. 그러므로 모든 영광을 잃어버린 지금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그 하나님을 인정하며 적어도 자기의 부족함을 고백함으로써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기독교강요, 2.2.1)
 

맺는 말

웨신의 행위언약에 대한 개혁주의자들의 반발은 예전부터 있었다. 능동순종, 회심준비론이 합동 이대위에서 다루어짐으로 더 자세하게 거론되고 있을 뿐이다. 필자는 결코 웨신을 부정하지 않는다. 웨신의 일부 내용, 즉 7,19장이 가르치는 행위언약 개념이 성경과 다르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후대를 위해 수정을 요구할 뿐이다. 아담과 하나님의 언약은 없는 영생을 얻기 위한 조건적 언약이 아니고, 처음부터 주신 영생과 하나님과의 관계를 영원히 유지하지 위한 언약이었다고 수정되어야 한다. 이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미국 개혁장로교회(PCA)는 이미 웨신의 일부 내용에 대한 개인의 신앙 양심의 자유를 부장하기 위해 헌법을 수정하여 적용하고 있다. 합동의 신복음주의자들은 그 동안 PCA처럼 WEA 회원가입하자고 주장했었는데, 이 참에 합동도 PCA처럼 웨신의 일부 내용에 대한 신앙 양심의 자유를 권장하자고 외쳐주기를 바란다.

 

Works Cited

Letham, Robert. 2001. The Westminster Assembly. New Jersey: P&R Publishing

서철원. 2021. “우리는 기필코 행위언약 사상과 율법준수 구원론을 물리쳐야 한다”. 인터넷 신문. Accessed: http://www.good-faith.net/news/articleView.html?idxno=2456 (2021.12.16.)

존 칼빈. 기독교강요

Kandal R. T. 1979. Calvin and the English Calvinism to 1964.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Bell Charles M. 1986. Calvin and Scottish Theology. Edinburgh: The Handsel Press

서요한. 2016. 청교도유산. 서울: 그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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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철 목사는 2004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미시간 주 ‘앤아버 반석장로교회’의 담임목사이고 거짓 신학의 ‘견고한 진’(고후10:4)을 무너뜨리기 위해 시작된 신학신문 <바른믿음>의 대표이다.
총신대학(B.A 졸업), 총신대학 신학대학원(M.Div Eqiuv.졸업), 아세아연합신학대학 대학원(Th.M 졸업), Liberty Theological Seminary(S.T.M 졸업), Fuller Theological Seminary(Th.M 수학), Puritan Reformed Theological Seminary(Th.M 수학), Liberty Theological Seminary(D.Min 수학), 남아공신학대학원(South African Theological Seminary, Ph.D)에서 연구하였고, 현재 University of Pretoria(Ph.D)에서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사도 운동에 빠진 교회」, 「제3의 물결에 빠진 교회」, 「가짜 성령세례에 빠진 교회」, 「피터 와그너의 신사도운동 Story」, 「한 눈에 들어오는 청교도 개혁운동」, 「능동적 순종에 빠진 교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