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슬레는 제한 속죄(Limited Atonement)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지금까지 계속 논의해 왔듯이 웨슬레에게 있어서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이 실재에 있어서는 오직 선택된 자에게만 제한된다는 '제한 속 죄'는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하나님의 사랑에도, 공의에도, 지혜에도 모순되는 것이었다.

따라서, 웨슬레의 속죄에 대한 견해는 '제한 속죄'와 비교하여 '보편 속죄'로 나타난다. 이것은 웨슬레가 퀘이커 교도인 바클레이(Barclay)의 허락을 받고 다음의 3가지 점을 인용한데 서도 그 내용을 알 수 있다.

(1) 모든 인류는 본질상 하나님과 분리되었고 그가 보시기에 악하다.

(2) 하나님은 모든 사람을 위하여 자기의 아들을 죽게 하셨고, 그리스도의 세계로 들어오는 모든 사람을 각성시킨다.

(3) 그리스도의 죽음에서 오는 이 혜택은 그리스도의 직접적인 지식에서 제외된 자들에게도 미친다.

웨슬레는 자신의 이런 견해에 반대하는 자들에 대해 "그대들은 나에게 하나님께서 성경에 노골적으로 밝히신 말씀 중에 그리스도가 모든 사람을 위해 죽지 않고 다만 몇 사람을 위해 죽으셨다는 것과 온 세상의 죄를 속하기 위한 화해의 제물이 아니라는 것, 또한 그리스도는 모든 사람을 위해 죽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그의 죽음이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를 위하여 죽으신 그 분을 위하여 살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 달라"고 반문하며 '제한 속죄'의 견해를 일축하였다.

그런데 이상과 같은 웨슬레의 입장에도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가 나타난다. 그것은 웨슬레가 믿음에 의한 '조건적 선택'과 '보편 속죄'를 주장하면서도 인간의 '전적 무능력'을 동시에 주장하였다는데서 생기는 문제로, 웨슬레가 지적하는 대로 전적 무능력 (부패)한 인간은 도저히 하나님께 나아갈 수 없고, 믿음조차도 하나님의 은총을 통해서 얻어지는 하나님의 선물일진대 어떻게 그런 인간이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웨슬레는 '선행적 은총'이란 교리로써 잘 설명해 주었다. 선행적 은총이란 이 세상에서 사는 사람 중에는 살아계신 하나님의 복된 임재가 없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는 사상을 표현해 주는 것이다. 이것에 근거하여 웨슬레는 "누구나 고의적으로 성령의 감화를 소멸하는 자가 아니면 하나님의 은혜가 없는 자는 하나도 없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인간이 복음을 듣고 믿음으로 구원을 받기 전에도 하나님은 그의 성령으로 모든 인간의 심령 속에 그들의 구원을 위하여 끊임없이 일하고 계신다는 것이다. 이 선행적 은총의 사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이 은혜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대속의 첫 번째 결과로써 값없이 우리에게 주어지는 결과이다. 그 대상은 아담 이후의 모든 인류로, 인간 중에 이 은혜를 받지 않은 자는 하나도 없다. 그 내용은 인간의 원죄의 죄책(The Guilt of Origin Sin)을 사해 주신 것이다.

나아가 인간은 이것으로써 하나님의 부르심에 능동적으로 응답할 수 있는 능력, 곧 어느 정도의 자유의지를 소유하게 되었다.

이것은 우리가 '생래(生來)의 양심'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우리가 하나님을 사모하는 마음, 하나님의 아들이 세상 모든 사람을 교화하시는 빛 등을 의미한다. 또한, 선행적 은총이란 성령께서 때때로 모든 사람에게 역사하시어 깨닫게 하시는 것 전부를 말한다. 따라서 웨슬레는 칼빈의 '불가항력적 은총'에 대해서 비판적 견해를 갖는다.

즉, 하나님께서는 '불가항력적 은총'에 의해 그의 선택된 자들만 부르시는 것이 아니라 '선행적 은총에 의한 부르심'으로 전 인류를 부르시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나님이 인간의 심령 속에서 구원을 위하여 이와 같이 일하신다면 왜 모든 인간이 다 구원받지 못할까하는 의문이 생긴다. 여기에 칼빈주의의 예정 교리의 근거가 있는데, 그들은 이것의 이유가 하나님께서 구원받을 자들과 못 받을 자들을 예정해 놓으셨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그러나, 웨슬레는 이와는 반대로 사람이 구원을 받지 못하는 것은 하나님의 구원의 은혜와 역사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그들의 자유로 하나님의 구원을 거 부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웨슬레는 "구원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역사와 은혜에 의하나 여기에는 역시 인간의 책임을 면 할 수 없다"고 하였다.

선행적 은총은 양심과 자유의지에도 연관되어 있다. 웨슬레는 인간의 도덕적 선의 뿌리를 인간의 양심으로 보았으며, 이 양심이 존재하게 된 것은 자연적인 것이 아니요 그것은 선행적 은총에 의한 것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웨슬레는 이 세상에 하나님의 은혜를 떠나서 선이란 있을 수 없다고 하였다.

웨슬레는 자유와 의지를 별개의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자유는 의지의 작용이 아니요, 인간 영혼의 독립된 속성으로서, 영혼의 각 심리작용과 신체의 동작을 관장하는 능력으로 보았다. 이것은 인간의 자유결단의 능력으로써 "나는 비록 내 성품의 부패 때문에 내 마음을 통제할 능력을 갖지 못했으나 하나님의 은혜의 도우심 아래 선이나 악을 택할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하였다.

웨슬레는 복음에 나타난 구원의 신앙을 두 갈래의 유기적 부분으로 구분하여 말했다. 그것은 하나는 완성된 부분이고, 다른 하 나는 미완성된 부분이다. 완성된 부분이란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죄인의 구원과 축복을 위하여 실제로 어김없이, 그리고 완전히 이루신 모든 일을 말하는 것이며, 미완성 부분이란 하나님께서 기독교회의 집단적인 경험을 통해서와 각 신자의 개별적인 경험 안에서 계속적으로 역사하시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이, 성령은 개별적인 경험 안에서 계속적으로 '선행적 은총을 통한 부르심'으로 역사하시는 것이다.

웨슬레는 칼빈주의의 마지막 입장인 '성도의 견인'에 대해서도 강경하게 반대 하였다. 그는 그의 논문에서 성경상의 8가지 예를 들어서 그것을 반박하였다.

(1) 진실된 신자, 즉 즉 하나님의 판단에 거룩하고 의롭던 자라도 마침내 은혜에서 떨어지는 사실(겔 18 : 24)

(2) 좋은 믿음을 줄 수 있는 좋은 양심을 받은 사람이라도 마침내 타락할 수도 있다는 사실(딤전 1:18-19)

(3) 좋은 감람나무라 할 수 있는 신령한 보이지 않는 교회에 접붙임을 받은 자도 마침내 타락할 수 있다는 사실(롬 11 16-22)

(4) 참된 넝쿨에 속한 그리스도의 가지라도 마침내 타락하여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요 15 : 1-6)

(5) 실제적으로 그리스도를 알고 이로 말미암아 세상의 모든 오염에서 벗어난 사람이라도, 미끄러져 다시 오염되고 영원히 멸망할 수 있다는 사실(벧후 2 : 20)

(6)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에 나타난 하나님의 영광을 보고, 성령을 나누어 받고, 성령의 증거와 그 열매를 가진 자라도 떨어져 영원히 멸망할 수 있다는 사실.

(7) 믿음으로 사는 사람들도 하나님에게서 떨어져서 영원히 죽을 수 있다는 사실(히 10:38)

(계약의 피로 거룩함을 입은 자라도 타락하여 마침내 영원히 죽을 수 있다는 사실(히 10:26-29)

웨슬레는 오히려 성령의 증거에 의한 구원의 확신교리를 발전시켰는데, 성령의 증거에는 성령의 직접적인 증거와 성령의 간접적인 증거, 그리고 성령과 우리 영과의 공동증거가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확신의 교리에 관련하여 스코트(W. A. Scott)는 말하길, "웨슬레의 생각으로는 기독교 생활은 명확한 회심의 경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나님에게서 죄의 용서와 구원함을 받았다는 내적인 확신의 느낌과 더불어 시작되었다. 이런 경험을 조장하려는데 웨슬레의 일차적 목적이 있었다."고 하였으며, 그리하여, "그의 설교는 구원 받았다는 느낌을 일깨우려는 노력으로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고 하였다.

이상과 같은 예정과 자유의지에 관한 논의는 아직 완결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다양한 측면에서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 우리는 교회의 일치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노력의 일환으로 예정론과 자유의지에 관한 통일적이고 성경적인 진리를 위해 교파와 교리를 떠나 진지하게 논의해야할 시점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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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서호 목사는 기독교치유상담교육연구원 원장(대표, Ph.D)이며, 총신 신대원, 고려대학교 대학원, Liberty University, Ashland University, Bethany University(Ph.D)에서 상담학을 전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