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바른믿음>에 “칭의를 주신 분은 반드시 성화를 이루신다”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하였다. 요즘 김세윤 교수 등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얻은 칭의가 영원하지 않고, 이후 믿음의 증거가 되는 성화의 열매가 지속되어야만 칭의가 유지되고, 또한 종말에 하나님의 완전한 칭의 선이 최종적으로 다시 이루어진다는 비성경적인 칭의사상을 반박하는 내용의 글이었다.

그때 칭의를 얻는 방식에 관하여 잘못 알려진 내용(신학) 몇 가지를 소개하였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1)중보자 예수 그리스도의 의가 영원전에 구원받기로 예정된 자들에게 전가되었다는 이론,
2)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 믿는 자들에게 칭의를 주었다는 (김성로와 그 옹호자들의 주장),
3)성황의 열매가 진전됨으로 칭의가 증대된다는 이론,
4)처음 믿을 때 칭의를 얻었을지라도 완전하고 확정적이고 최종적인 칭의 선언을 종말의 때로 유보되었다는 (김세윤 등의) 이론들을 그릇된 칭의 사상으로 소개하였다.

사실 그때 설명했던 잘못된 칭의 이론 하나가 더 있었다. “예수 그리스도가 율법을 다 지켜서 얻으신 의를 신자들에게 전가하였다는 이론” 하나가 더 있었다. 당시 소모적인 논쟁이 커질 것을 우려하여 이것을 지웠는데, 그 이유는 개혁주의 신학권 안에 그리스도가 생전에 율법 조항을 모두 이수하여 의를 획득했고, 십자가의 피로 죄 사함 받은 자기 백성들에게 율법을 지켜 얻으신 그 의를 전가하여 칭의가 이루어졌다고 배웠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매우 조심스러운 방식으로 나의 그 말을 별도로 토론하는 것을 보았다. 예장 합신 이대위 서기 김성한 목사는 그때 “J(정이철) 목사는 교리가 약해요!”라고 나를 비아냥하는 글을 여러 사람들이 보도록 경솔하게 남기기도 했다. 본인이 잘 알지 못하면서 오히려 그런 행동을 하는 경솔한 사람을 보면 참 안쓰럽기만 하다. 

당시 나는 더 중요한 문제들이 산적했으므로 그것으로 논쟁이 과열되어 개혁신학을 추구하는 사람들 간의 다툼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그 내용을 조용히 삭제했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예수 그리스도가 생전에 우리를 대표하여 율법의 모든 조항들을 다 엄수하였고, 그래서 하나님으로부터 의를 회득하셨고, 또한 자기의 피로서 우리의 죄를 사하시고 난후 그 위에 자신이 율법을 지켜서 획득한 의를 우리들에게 전가하심으로 우리를 의롭게했다는 이론을 전혀 수용할 마음이 없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믿는 내용은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를 대표하여 완전하고 흠없는 하나님 백성의 삶을 사셨으며 또한 예수 그리스도의 그 의가 우리에게 전가되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단지 율법을 지켜서 의를 얻었고, 그 의를 우리에게 전가하였다고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그리고 율법이 요구하는 죄의 형벌을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 대신 십자가에 달려 당하심으로 우리에 대한 하나님의 저주와 진노가 더 이상 남지 않으므로, 즉 범죄가 없었던 것처럼 되므로 자동적으로 (법정적) 의인으로 신분이 변했고, 그 즉시 성령이 임하심으로 이후 (실질적) 의인으로 변해가는 성화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하나님이 율법을 제정하신 이유는 죄인들이 하나님의 의에 이를 수 없는 천부적 죄성을 가진 죄인임을 깨닫게하여 장차 오실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를 대망하게 만들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율법은 구약의 백성들에게 죄를 억제하는 실질적인 기능도 수행하게 하셨다.

(롬 5:13, 개정) 『죄가 율법 있기 전에도 세상에 있었으나 율법이 없었을 때에는 죄를 죄로 여기지 아니하였느니라』

(롬 3:20, 개정) 『그러므로 율법의 행위로 그의 앞에 의롭다 하심을 얻을 육체가 없나니 율법으로는 죄를 깨달음이니라』

성경 어디에도 율법이 인간에게 의를 주기 위해 주어졌다는 내용이 없다. 인간이 율법을 다 지키면 의로워진다는 내용이 성경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 개혁신학을 배웠다는 사람들 다수에게 예수 그리스도가 생전에 율법의 모든 조항을 다 엄수하여 하나님으로부터 의를 얻으셨고, 그것을 십자가의 피로 죄 용서받은 하나님 백성들에게 전가하여 의롭다하심을 얻게했다는 사상이 퍼져있다.

신학을 깊이 공부하지 않을지라도 그리스도가 율법을 모두 지켜서 의를 얻으시었고, 그것을 우리들에게 전가하여 우리를 의롭게 만드셨다는 이론이 성경적이지 못함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나는 무척 놀랬다. 성경 어디를 보아도 예수께서 생전에 모든 율법을 모조리 다 지키시려고 일부러 더 애쓴 흔적을 찾을 수도 없는데, 왜 그런 이론이 퍼졌을까? 신학 교제에 나온 내용이면, 특히 유명한 신학자들의 책에 나온 내용이면 무비판적으로 무조건 수용하고 따르는 현상이다. 

아담에게서 유래하여 우리 모두에게 전가된 죄가 우리를 대표하여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에게 전가되었고, 예수 그리스도의 의가 믿음과 성령으로 예수 그리스도에게 연합된 우리에게 전가됨으로 구원얻었다는 것은 분명한 성경적 진리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전가된 예수 그리스도의 의는 율법의 요구대로 십자가에서 피 흘리심으로 얻으신 의이지, 결코 예수님이 율법의 모든 조항들을 다 지키심으로 얻으신 의가 아니다. 성경 어디에도 율법이 율법을 지키는 사람을 의롭게한다는 내용이 없고, 예수님이 그러한 의를 얻으시려고 노력하신 흔적이 없다. 

마침 예장 합동 서광주 노회 교육부 주관 세미나에서 서철원 박사가 강의한 내용을 담고 있는 영상을 보다가 바로 이 부분에 대해서 언급하시는 내용을 발견했다. 서철원 박사가 그리스도가 율법의 의를 얻으시어 우리에게 전가했다고 할 내용이 성경에서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고 강의하는 내용을 잘 들어보고 다시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우리는 17세기 개혁파 신학자들이 행위언약, 은혜언약을 공식화한 것의 영향을 많이 받아 예수 믿어 죄 용서 받고, 그리스도가 율법을 다 지킴으로서 의를 얻어 우리가 전수받는다는, 이 두 가지 방식의 신학이 우리 안에 박혀 있어요.

바빙크가 쓴 <교회교의학>의 내용이 벌코프에게 그대로 전달되어, 벌코프가 조직신학을 전개할 때에 그리스도가 율법을 완전히 지켰으므로 그 의를 우리가 전가 받는 것으로 가르쳤습니다. 그리스도가 우리에게 의를 전가한다고 할 때, 그 의는 그리스도가 율법을 다 지켜서 얻은 의이고, 그 의를 우리가 전가받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 사상이 우리 속에 뿌리박혀 있어요.

벌코프라는 이름이 마음에 와 닿지 않으면, 박형용 박사님을 생각해 보세요. 박형용 박사님이 벌코프 책을 번역해서 그렇게 가르치셨잖아요. 개혁파 신학 전통에 '그리스도가 율법을 다 지켰다!' 그리고 '그 의를 우리에게 전가했다!' 그래서 '우리가 의롭게 되었다!' '죄는 그리스도의 피로 용서받고, 의롭다 하심은 율법을 지켜서' 얻은 것으로 다들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스도가 율법을 완성하고 성취했다는 것은 그리스도가 모든 율법 조문들을 다 지켜서 의를 얻었다는 것이 아니고, 율법의 요구 즉 죄를 범함으로, 죄를 지음으로서 그 죄 값을 갚으라는 율법의 요구를 십자가에서 피 흘리심으로 다 성취하셨다는 것입니다. 다른 것이 아닙니다. 죄를 범하고 하나님의 계명을 범했기 때문에 계명에 따르는 죄 값을 갚으라는 요구가 늘 있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피 흘리심으로 죄 값을 지불하라는 율법의 요구를 성취하셨습니다.

율법 조문을 다 지켜서 의를 얻으신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그리스도가 우리에게 의를 전가하였다고 할 때, 그 의는 율법을 지켜서 우리에게 전가해 준 의가 아니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피 흘리심으로 율법의 요구를 다 성취하셨다는 것입니다. 죄 값을 갚으라는 요구를 다 준행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율법을 성취하셨습니다. 피 흘리심으로 율법의 모든 요구를 다 성취하셨습니다. 율법을 완성하셨습니다.

우리가 예수 믿음으로 받은 의는 그리스도가 피 흘리심으로 율법의 요구를 성취하심, 죄 용서를 받은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피 흘리심으로 죄 용서를 받고, 그리스도께서 율법을 다 지키셔서, 율법의 조문들을 다 지키셔서 의를 얻으시고 ... 이런 것은 성경에 없습니다. 내가 아무리 성경을 읽어봐도 바울의 사상에 그런 것은 없어요.

그런 신학관점은 없습니다. 새 관점은 틀렸습니다. 신학을 모르는 사람들이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이지요. 창조 경륜부터 여러분들이 강의를 듣고 난 후에는 좀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서철원 박사의 강의 영상 ‘창조경륜’(1) 내용 일부 녹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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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철 목사는 2004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미시간 주 ‘앤아버 반석장로교회’의 담임목사이고 거짓 신학의 ‘견고한 진’(고후10:4)을 무너뜨리기 위해 시작된 신학신문 <바른믿음>의 대표이다.
총신대학(B.A 졸업), 총신대학 신학대학원(M.Div Eqiuv.졸업), 아세아연합신학대학 대학원(Th.M 졸업), Liberty Theological Seminary(S.T.M 졸업), Fuller Theological Seminary(Th.M 수학), Puritan Reformed Theological Seminary(Th.M 수학), Liberty Theological Seminary(D.Min 수학), 남아공신학대학원(South African Theological Seminary, Ph.D)에서 연구하였고, 현재 University of Pretoria(Ph.D)에서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사도 운동에 빠진 교회」, 「제3의 물결에 빠진 교회」, 「가짜 성령세례에 빠진 교회」, 「피터 와그너의 신사도운동 Story」, 「한 눈에 들어오는 청교도 개혁운동」, 「능동적 순종에 빠진 교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