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0일 세계자살예방의 날을 앞두고 아랍권 최대 위성방송인 알자지라는 한국을 자살의 나라(South Korea : Suicide nation)로 표현하면서 특집기사를 내보내 세계 앞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무너뜨렸다. 사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에서 15년째 자살률 1위라는 부끄러운 기록을 보유한 나라이다. 참으로 심각한 문제다. 그러나 우리의 정부는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이렇다 할 방책을 세워 이 오명을 떨쳐 버리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자살에 대한 세계 기록을 살펴보면, 핀란드가 1990년까지 “자살의 나라”로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1980-1990년대에는 10만 명당 30명을 웃돌면서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기도 하였다. 이 나라 역시 1960년대 빠른 경제성장과 함께 산업화된 사회와 도시집중의 생활로 인하여 자살이 급증하기에 이르렀다. 핀란드 정부는 1986년부터 10년 동안 자살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세우고 전문가들이 총동원되어 자살자에 대한 ‘심리부검’을 실시하였다. 전문가들은 자살자의 가족과 친구들을 비롯한 주변 인물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자살의 배경을 섬세하게 찾아 기록하고 이것을 유형별로 정리하여 자살 예방에 사용하였다. 그 결과는 바로 효과를 보기 시작하여 “자살의 나라”라는 오명을 벗어날 수 있었다는 보고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10만 명당 28.5명에 달하는 자살률이 나타나고 있다. OECD국가들의 평균 자살률이 인구 10만 명당 12.1명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두 배가 넘는 수치로서 11년째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전직 대통령을 비롯한 숱한 사회적 지도자와 어린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자살자들이 급증하고 있는 현실이다. 10-30대의 사망 원인이 질병이 아니라 자살이라는 보도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어느 때보다 소중한 시기인 청소년들이 희망을 노래하고 아름다운 미래를 그려보면서 미소를 지어야 할 때 자살을 꿈꾼다는 것은 참으로 참혹한 현실이다. 꿈과 희망을 이들에게 안겨 주지 못한 우리 사회와 정부는 성찰의 길을 걸어야 한다.

자살을 택한 세대별 분석을 살펴보면, 10대에는 성적 지상주의에 따른 자괴감을 비롯하여 가정불화가 주원인으로 꼽힌다. 20-30대는 미취업과 함께 미래가 보이지 않는 암울한 현실이 그들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을 저지르게 한다. 40-50대는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리고 60대 이후에는 경제적 어려움과 더불어 독거노인의 열악한 생활환경과 질병에 대한 비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든다.

새해에는 우리의 정부와 사회, 그리고 종교단체들이 ‘자살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도록 일어서야 한다. 생명의 존엄성을 온 국민의 가슴에 심어야 한다.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 사람이 무엇을 주고 제 목숨과 바꾸겠느냐”(마 16:26)고 하시면서 생명의 존엄성을 외쳤던 예수님의 말씀이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앞에 다가와 있는 지금이다.

교회는 건실한 가정들을 유지시킬 책임이 있다. 또한 생명지킴이 거점이 되어야 한다. 가정은 인간의 삶에 있어서 출발점이다. 그래서 모든 삶의 양태와 교육은 가정을 기초로 한다. 이 가정은 화학적인 구조나 산술적인 계산에 의하여 형성되거나 유지되지 않는다. 가정이란 계산으로는 불가능한 애정이 바탕이 되고 이해타산이 떠난 관계성이 결합되어야 온전한 가정의 기능이 지속된다. 다시 말하면, 가정의 필수항목인 사랑과 평화가 유지되어야 한다. 이러한 바탕이 우리의 가정에서 올바르게 형성되었을 때 그 가정을 드나드는 구성원의 인간됨과 사회활동은 생기를 발하고 진취적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가정을 통한 교육이 바르게 이어질 때 인간 사고의 구조와 형태가 양질의 옷을 입을 수 있다.

한국의 전통적인 가정관은 세계의 어느 나라보다도 으뜸이었다. 우리의 가정은 동방예의지국을 이룩할 정도로 높은 수준의 예의와 도덕률을 지켜왔다. 그러나 물질문명이 정신문명을 앞서가는 현대에 들어서자 가정들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OECD(경제개발기구) 회원국 중에 우리나라가 가장 높은 이혼율과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음은 바로 우리 사회의 가정이 무너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한다.

한국교회는 지금까지 오직 교회 중심의 목회를 계속하여 왔다. 교회의 빈자리를 가정들이 모여 가득히 채워 주기를 강요해 왔다. 심지어는 가정이 약간의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주님을 기쁘시게 해 드리는 교회의 모임”이라면 그 길을 최우선으로 달려 주기를 강조해 온 것이 한국교회의 모습이었다. 교인들의 가정에 대한 관심은 심방이라는 전통적인 방법이 전부였다. 찾아가 기도해 주고 말씀을 주고 오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가정은 서구화가 진행되면서 심각한 문제들이 속출하고 있다. 부부 간의 갈등을 비롯하여 부모와 자식 사이에 발생하는 잡다한 문제들, 형제지간의 불신과 불화의 아픔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로 인해 건강을 잃게 되고 가정이 파괴되는 아픔이 따르고 있다. 이 아픔은 결국 신앙생활을 벗어나게 만들고 이혼과 자살로 이어지는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게 한다. 교회 안에서 어제까지 충실하던 가정이 어느 날 사라진다. 그렇게도 적극적인 가정이 소극적인 신앙생활로 변화한다. 그들의 세계를 좀 더 깊이 파고들면 모두가 이유가 있다. 그것이 바로 그 가정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이다.

새해에는 교회에 속한 가정들이 알뜰한 만남과 대화가 중요함을 인식하고 우선적인 목회의 방향을 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 교회가 교인들의 가정을 위하여 시간과 공간에 대한 관심을 가질 뿐만 아니라 좀 더 구체적이고 효율적인 가족의 만남과 대화의 방안을 그 교회의 형편에 맞게 만들어 보자. 지금껏 교회나 나라를 위한 기도는 강요되었으나 건강한 가정을 위한 기도회나 교육 프로그램이 미약했던 것이 현실이다. 가정이 건실하게 살아야 교회가 안정이 된다. 그때 교회는 각 가정이 모일 수 있는 행복한 요람지가 될 수 있다.

나는 꿈을 꾼다. 지역 교회는 그 지역의 생명지킴이 센터가되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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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서호 목사는 기독교치유상담교육연구원 원장(대표, Ph.D)이며, 총신 신대원, 고려대학교 대학원, Liberty University, Ashland University, Bethany University(Ph.D)에서 상담학을 전공했다.